지축산가 - 적상산에서(2007.11.17)
지축산가 - 적상산에서(2007. 11. 17)
<향로봉과 안렴대의 안부 갈림길에서>
가을걷이를 끝낸 무주의 들녘엔 차가운 고요가 서려있다.
단풍놀이가 한창이던 가을이 바로 엊그제 같건만 벌써 계절은 한 달을 훌쩍 넘어 늦가을로 접어들었다.
오늘부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하니 ‘가을옷을 입나? 겨울옷을 입나?’ 망설이며 집을 나섰다.
피로가 덜 풀린 탓일까? 달리는 버스 속에서 몸을 웅크리며 찬기운을 이기려 애를 쓴다.
이제 곧 겨울이 다가오리라!
오늘 산행지는 전북 무주의 적상산이다.
좀 늦었지만 그래도 아래지방으로 내려가면 단풍구경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며 정한 곳이다.
적상산은 단풍나무가 많아 가을이면 마치 온산이 붉은 치마를 입은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붉을 적(赤), 치마 상(裳)’자를 써서 적상산(赤裳山)이라 부른다고 한다.
태조 이성계는 무학대사에게 명하여 이 곳 적상산에 성곽을 쌓아 조선왕조실록을 봉안케 하고
또한 성곽 안에는 안국사와 호국사를 지어 승병들로 하여금 사고(史庫)를 지키게 하였다고 하니,
조선조의 5대사고중 전주사고가 바로 이곳이라
역사. 문화적으로도 매우 뜻 깊은 산이라 할 것이다.
오전 10시.
예상보다 30분이나 빨리 버스는 산행기점인 서창리(西倉里)에 닿았다.
이른 새벽도 아니건만 들녘엔 인적 하나 없는 고요만이 깔려있다.
몸뚱이가 잘려 삐죽삐죽 솟아있는 볏단의 밑둥치들이
지난 세월의 고단함을 말하려는 듯 애처롭게 떨고 있다.
가을의 본 모습이 이런 것이었던가?
결실과 수확의 넉넉함은 찾을 길이 없고, 텅 빈 들판에는 공허함만 가득하다
이것이 가을인가...........?
서창리 주차장에서 간단하게 산행계획을 밝힌 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을 오른다.
역시 가을단풍을 말하기엔 철이 너무 지난 게 틀림없다.
산은 이미 붉은 옷을 ‘툴, 툴’ 털어내고 앙상한 가지만을 내놓은 채 늦가을의 추위에 떨고 있다.
나뭇가지에 간신히 매달린 퇴색한 낙엽들이 ‘으스스~! 으스스~!’ 바람소리에 장단을 맞춘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더니.......
뒹구는 낙엽을 보며
괜시리 찡~! 한 건 또 무슨 까닭일까?
인생의 장에서 늘 조연이었던 내가 오랜만에 주연이 되어
한 편의 드라마를 멋지게 연출해야 할텐데
쓸쓸한 인생의 한 장(章)을 멋지게 그려내야 할텐데
괜시리 찡~! 하며 눈물이 도는 건 웬일일까?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더니
이 가을!
구르는 낙엽을 보며
기울어져 가는 또 한 장의 내 인생이
주르르 막을 내린다.
서창리에서 장도바위까지는 제법 가파른 경사길이 이어진다.
멀리서 보았을 땐 깎아지른 절벽이 산허리를 둘러 꽤나 험준한 산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산 속에 들어와 보니 길만 다소 가파를 뿐 참 걷기 좋은 산이란 생각이 든다.
적상산성 서문에 이르니 길은 다시 완만해지고
수북히 쌓인 낙엽이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가을산은 이래야지.......
이래야 가을맛이 나는 거지.......
바위로 상징되는 여름산이 젊은이의 산이라면
낙엽으로 상징되는 가을산은 중년의 산이다
단풍으로 곱게 물든 화려한 가을산이 여인의 산이라면
낙엽이 구르는 쓸쓸한 가을산은 고뇌하는 남성의 산이다.
가을은 정말 중년의 남성을 닮았다.
생의 황금기를 보내고
한 잎, 두 잎, 낙엽이 되어 떨어지면
나는 무엇이며, 왜 존재하는가?
나는 어디에서 왔고, 또 어디로 가는가?
이 깊은 가을, 낙엽을 밟으며
조용히 사색에 젖는 것도 행복이어라!
능선 안부에 올라서니 사방이 열리면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길은 온통 낙엽으로 가득하고
산은 조용히 사색에 빠져있다.
그 속에 고뇌하는 중년은 아름다워라!
그 속을 걸어가는 중년은 행복하여라!
잠시후 도착한 오늘 산행의 종착지인 안렴대에 서서
한 줄기 띠구름, 뿌연 하늘 바라보며 뇌이노라
인생은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 헛된 꿈이 아니더냐?
꿈에서 깨어나면 인생 또한 끝나는 걸
두어라!
훨~! 훨~!
맘껏 날아가게
애써 잡으려 말고
훨~! 훨~! 날아가게 두어라!
21회 김상문 선배님 부부와 안렴대에 서서 두어 장의 사진을 찍고
총총걸음으로 안부 갈림길로 돌아오니 모두가 벌써 판을 벌려놓고 점심이 한창이다.
오늘은 27회 송두진 후배님이 과메기를 잔뜩 가지고 와 모두가 포식을 했다.
부인이 일일이 깨끗이 손질하여 먹기 좋게 다듬고, 채소류와 양념까지 곁들였으니 여간 정성이 아니다.
철이 좀 이른 듯했지만 갑작스런 추위로 과메기가 제철을 만난 듯 한결 입맛을 돋웠다.
이 글을 빌어 송 후배님 부부에게 고마움을 표하고자 한다.
능선 위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내려오는 길에는 짙은 가을의 향수가 서려 있었다.
<서창리 산행기점에서 출발>
<간이 등산안내판을 보고 산행계획을 설명하는 21회 김동관 산행대장님>
<산길을 오르며 잠시 - 21회 김동관님 어부인과 9회 백명부님의 어부인>
<산길을 오르며>
<아~! 되게 힘드네........ 좀 쉬었다 가자!>
<가을에는 역시 낙엽이 최고야>
<중턱에서 - 21회 동문님들>
<장도바위 앞에서>
<장도바위 - 최영장군이 이 산을 오르다 길을 막고 있는 이 바위를 칼로 베었다는 말이 전해진다.>
<적상산성>
<적상산성 안에서 - 17회 백동일 재경회장님, 한석수님, 정형섭님>
<시몬! 너는 아느냐? 낙엽 밟는 소리를 ........... 21회 김상문님 부부>
<안렴대에서 - 21회 김상문님 부부>
<안렴대에서>
<안렴대>
<안렴대에서>
<야~! 과메기 누가 가 왔노? 진짜 끝내주네...........!!! - 27회 송두진님이 가져온 과메기로 모두가 포식을 하면서........>
<안부에서>
<하산후 주차장 주변에서>
<하산후 주차장에서 - 9회 김무남님, 백명부님, 10회 배기필님, 9회 안진수님>
<하산후 주차장에서>
<적상산 산행지도 - 한국의 산하 홈페이지에서 발췌함>
<산행코스>
사당역 출발(07:40) - 서창리 산행기점 도착(10:00) - 장도바위 - 적상산성(서문) - 안부 갈림길 - 안렴대 - 안부 갈림길(중식)
- 하산 시작 - 서창리 주차장 도착(15시경) - 주변 식당에서 중식 겸 저녁(15시경) - 서창리 출발(16시) - 서울 양재역 도착(19:30)
<참여하신 분들>
9회 : 백명부님 내외분, 김무남님, 안진수님
10회 : 배기필님
13회 : 김정묵 산악회장님
15회 : 박창욱님
16회 : 정부남님 내외분, 이종후님, 김지식님
17회 : 백동일 재경지축회장님, 정형섭님, 한석수님
21회 : 김동관 산행대장님 내외분, 이현태님 내외분, 김상문님 내외분, 하민우님
22회 : 이윤석 산악회총무님, 우오현님
26회 : 한열수님
27회 : 이원균님, 송두진님
29회 : 김영성님
총 27명
2007. 11. 17 적상산을 다녀와서
오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