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지축산악회

지축산가 - 선자령에서(2007. 1. 21)

OHO 2007. 1. 22. 11:04

地軸山歌 - 仙子嶺에서

 

 

하얀 설국(雪國)이었습니다. 세상을 온통 하얗게 덮어버린........

숲의 요정들은 따스한 햇살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눈꽃송이들이 햇살에 반사되어 은빛으로 반짝입니다.

"공주님! 공주님! 백설공주님! 이젠 잠에서 깨어나실 시간이에요!"

숲의 요정들은 들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저~길 보세요! 저 언덕 너머로 백마를 타고 왕자님이 오고 있어요!"

"어디? 어디? 야아~! 정말 ! 왕자님이 백마를 타고 아기 요정들과 함께......"

얼음궁전에는 한바탕 축제가 벌어졌습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눈꽃송이들이 햇살에 반짝입니다.

아기요정들도 쉴새없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 숲 속 어디엔가 잠자고 있을 백설공주님을 찾아

멀리서 왕자님이 백마를 타고 

바람의 길을 따라 저 언덕을 넘어 달려왔습니다.

 

 선자령 아래서

 

 

새해 첫산행입니다.

정월도 20일쯤 흘러버린 이맘 때면

신년을 맞아 새롭게 다짐했던 이런 저런 각오도 일상에 묻혀 서서히 잊혀져 가지요

이럴 때쯤

멀리 여행을 겸한 눈산행을 하는 것도 참 좋은 일입니다.

버스에 몸을 싣고

일상의 굴레를 벗어던진 채

백설이 휘날리는 산야를 헤메면서

느슨해진 마음의 고삐를 다시 한번 조이고

정초에 다짐했던 여러가지 생각들을 재정리하면서

다시 한 번 새출발을 다짐해 보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오늘 산행지인 선자령도 참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듭니다.

 

흔히 嶺(령)이라 하면 산을 사이에 두고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넘어가는 고갯마루를 말하는데

선자령은 이런 고갯마루와는 달리

대관령에서 북쪽으로 능선을 따라 걷게 되는 백두대간의 본 줄기라고 합니다.

대관산 또는 보현산이라고도 불리는 선자령은 해발 1,157m로 꽤 높은 편이지만

산행기점인 대관령휴게소가 해발 840m인 관계로 실제 표고차는 317m 밖에 되지 않아

산행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도 쉽게 오를 수 있는 편안한 산이기도 합니다.

 

버스는 시원스럽게 달려 옛 대관령휴게소에 닿았습니다.

시계를 보지 않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아마 3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잠시 휴게소 한쪽 옆에 모여 대오를 정리하고

산행대장으로부터 오늘 산행계획과 일정에 대한 안내도 받은 다음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을 오릅니다.

선자령이 겨울산행지로 너무나 잘 알려진 까닭인지

휴게소에 늘어선 버스의 행렬만큼이나 많은 등산객들이 일시에 쏟아져 나와 산길을 꽉 메웁니다.

 

매년 이맘 때면 대한(大寒)이라 하여 연중 최고의 한파를 기록하곤 했는데

올해는 왠일인지 무척 따뜻한 날들이 며칠째 연이어지고 있습니다.

추위를 대비하여 자켓에 파카까지 겹쳐 입고 나왔는데

뜻밖의 봄같은 날씨에 겨드랑이 사이로 땀이 축축히 배면서 몸도 둔해지기 시작합니다.

도무지 이대로는 걸을 수가 없어 한 겹을 벗어냅니다.

'아~! 좀 살것 같다!'

겨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포근한 날씨에 햇살마저 따스하기 그지 없습니다.

겨울산행은 눈, 바람, 추위의 삼박자가 맞아야 제 격이라 하는데......

못내 아쉽습니다.

 

'한국의 히말라야'로 불려지기도 하는 선자령은 이 맘 때면 늘 눈과 바람으로 유명세를 타곤 하지요

겨울이면 어김없이 불어오는 편서풍과 동해의 습한 바닷바람이 태백산맥에서 마주쳐

해마다 많은 양의 눈으로 '교통두절'이란 단골메뉴 같은 뉴스거리를 만들어 내곤 하는 대관령도

바로 이 선자령의 아래에 있지요

그런데 오늘 와 보니........

소문과는 너무 다른 따뜻한 봄날씨라 참 아쉽습니다.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 KT기지국 정도쯤으로 보이는 커다란 구조물이 설치된 곳에 다다르면

등산객들로 붐비던 길도 점점 여유가 생기면서

저 멀리 언덕 너머엔 여나믄 대의 풍력발전기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마치 동화 속의 풍차를 연상케 하는 대관령의 명물이기도 하지요

46m 높이의 기둥 끝에 직경 48m에 달하는 세 개의 거대한 날개가 달려 있는 이 풍력발전기는

시간당 풍속 3.5Km에 달하는 바람을 이용하여 연간 2,000MWH의 전기를 생산해낸다고 하니

이 시설만으로도 선자령의 바람은 이미 유명세를 탔다고 할 수 있겠지요

 

KT기지국을 지나 정면으로 보이는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면 조그마한 전망대가 하나 있습니다.

그 난간에 기대서서 저 아래쪽을 바라보면

'강릉인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강릉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은 마을이 육지의 끝자락에 한가롭고

멀리로는 뿌~연 띠구름 아래 넓게 펼쳐진 동해바다가 고즈늑한 평화에 젖어 있습니다.

'아~! 아~!  일망무제(一望無際)라 !'                             * 일망무제 - 눈앞에 막힘이 없이 탁 트인 모습

끝없이 펼쳐지는 드넓은 공간을 바라보며

동해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닷바람에 심신을 촉촉히 적셔 봅니다. 

그리고 문득 생각합니다.

일상의 시름은 다 무엇이며,

새해 새각오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

모든 게 다 내 안의 일이요,

내 마음 먹기 나름인 것을.....

 

앞서가는 형님, 동생, 발자국을 따라가며

그 간의 형편은 어떠신지?

건강은 또 어떠한지? 

시시콜콜 주고 받는 말 속에도 다 저녁놀 같은 아쉬움이 있어

어느 것 하나 애틋하지 않음이 없고

어느 말 한 마디도 정분 넘치지 않음이 있으랴?

그래, 인연인게지요. 이 것도...... 

긴 세월을 함께 걸어오며 동고동락하고,

앞으로도 또 함께 걸어가야 할 그런 운명 같은 인연 말이오!

 

구비구비 고갯길을 이리 돌고 저리 도니

눈앞에는 어느 듯 하얀 설원(雪原)이 펼쳐진다.

눈과 바람으로 뒤덮인 한국의 히말라야라더니.......

눈, 바람은 다 어디 가고

따스한 햇살 아래 은빛 찬란한 하얀 설국(雪國)인가?

위잉~! 위잉~! 풍차가 돌아가고

고만고만한 동산들이 하얀 눈을 덮어쓰고 떼지어 웅크린

동화 속의 설국인가?

저 언덕 너머로 멋진 왕자님이 백마를 타고

이 산 속 어딘가에 잠들어 있을 백설공주님을 찾아  

바람의 길을 따라 단숨에 언덕을 넘어 달려오는

마법의 왕국인가?

아기요정들이 마법의 지팡이로 하얀 눈송이를 펑~! 펑~! 날리며

숲의 노래, 바람의 노래를 부르는

동화 속의 얼음궁전인가?!

선자령에서 내려다 보는 주변 경치는 정말 아름답습니다.

수많은 풍차들이 빙~! 빙~! 돌아가고

고만고만한 언덕들이 옹기종기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모습 위로

넓은 들판이 시원스럽게 펼쳐진 꿈의 동산입니다.

 

선자령 정상에는 수많은 등산객들로 북적댑니다.

저마다 요령껏 한두 장씩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선자령 아래의 넓은 눈밭에 모여 앉아 점심을 꺼냈습니다.

오늘의 인기메뉴는 단연 과메기가 차지했지요.

비릿한 내음의 과메기살을 초고추장에 찍어 

쪽파, 마늘 등과 함께 배추속이나 미역에 쌈 싸 먹는 과메기는 겨울철 별미이기도 합니다.

 

하산길은 올라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 내려왔습니다.

'다른 길로 갔으면 ......' 하는 바램도 있었지만

'이런 저런 사정을 감안한 집행부의 판단이려니......'  생각하고 그 정도로 만족키로 했습니다.

세상만사 과욕은 금물이라 했으니까요

언제 또 다시 올 수 있을까?

햇살이 따사롭게 내려쬐는 이 아름다운 동화나라 선자령을........

아쉬움이 마음 속에 가득합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황태의 본고장 대관령까지 와서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가까운 음식점에 버스를 세워두고 황태찌개 안주에 소주 한 잔을 곁들이니

기분은 얼컨 이요,

아랫배는 거나 하도다.

기왕에 내친 걸음,

어찌 그 흔한 관광버스 노래방 한 자리 없으리오 ! 

저마다 돌아가며 질펀하게 한 곡조씩 뽑아대니

어허~!  감탄이로고 !

지축 형제님들 모두가 다 일류 가수로다 !'

 

  

 대관령북부휴게소(옛 대관령휴게소)에 모여 오늘 산행계획을 설명하는 21회 김동관님과 동문님들

 

 

 대관령휴게소 옆에 세워진 국사당 비석

 

 

 한국통신 기지국(?)

 

 

 중턱에서 잠시

 

 

 선자령 주변의 풍력발전기

 

 

 전망대에서 본 동해쪽 풍경

 

 

 전망대에서

 

 

 전망대 옆에서

 

 

 선자령 가는 길

 

 

 넓은 공터에서 잠시 간식도 나누며

 

 

 선자령을 오르다 잠시

 

 

 마지막 언덕을 오르며

 

 

 선자령을 눈앞에 두고

 

 

 선자령 정상의 모습

 

 

 선자령 아래서

 

 

 백두대간 선자령비

 

 

 선자령 정상에서

 

 

 선자령 아래 둘러앉아 점심식사를 즐기는 동문님들

 

 

 선자령 아래서

 

 

 선자령 아래서

 

 

 하산길

 

 

다음 사진들은 29회 이용영님이 찍은 것을 옮겨 왔습니다.

 <사진 1>

 

 <사진 2>

 

 <사진 3>

 

 <사진 4>

 

 <사진 5>

 

 <사진 6>

 

 <사진 7>

 

 <사진 8>

 

 <사진 9>

 

 <사진 10>

 

 <사진 11>

 

 

다음 사진들은 집행부에서 2007. 1. 17(수요일) 선자령 답사시 찍은 것을 옮겨 실었습니다.

 <답사 1>

 

 <답사 2>

 

 <답사 3>

 <답사 4>

 

 <답사 5>

 

 <답사 6>

 

 <답사 7>

 

 <답사 8>

 

  선자령 안내도

 

 

<참여하신 분들>

 9회 : 김동연님 내외분, 백명부님 내외분, 김무남님, 안진수님, 허정님
10회 : 박웅사님, 배기필님
13회 : 김정묵님
16회 : 박원병님, 박한조님
17회 : 김외석님, 정희국님, 김경수님
18회 : 강진희님
21회 : 김동관님 내외분, 노민규님
22회 : 이윤석님 내외분, 우오현님 내외분
23회 : 오광남님 내외분
27회 : 송두진님, 이원균님
29회 : 김종하님 내외분, 김영성님, 이용영님
30회 : 양정권님 내외분
35회 : 서종호님
별도참석 : 이종성님(16회 이종후님 동생분)
- 총 35명

 

 

2007. 1. 21  선자령을 다녀와서

오호